헌재, '만취 착오' 특수절도 기소유예 취소…"절도 고의 없어"
재판관 전원일치 인용…가방 주인에게 인스타로 소유 확인한 정황도 참작

헌법재판소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남의 가방을 일행 소지품으로 착각해 들고 나간 군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이었다.
헌재는 17일 육군 소속 군인이 충청전라지역보통검찰부를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이 처분을 취소했다. 청구인은 2025년 9월 18일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1일 헌법소원을 냈다.
사건은 2025년 5월 6일 새벽 부산의 한 술집에서 벌어졌다. 청구인은 전날 오후부터 친구들과 양주 3병 등 술을 마신 뒤 다른 테이블 손님과 합석할 수 있는 이 술집을 찾았다. 같은 날 새벽 2시26분께 시가 69만8000원 상당의 후드집업과 향수, 전자담배 등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 검찰은 특수절도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인과 일행 모두 당시 술에 만취해 가방을 습득한 경위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청구인은 다음 날 아침 일행의 집에서 가방을 발견했을 때 이를 일행의 소지품으로 오인해 가져왔다고 말했고, 수사 과정에서 청구인 등은 가방을 착오로 가져왔으며 술집에 반환하려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가방을 한 달 가까이 보관한 일행도 물품을 사용하거나 처분하지 않고 습득한 상태 그대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청구인은 가방을 들고 술집을 나온 뒤 가방 안을 열어 물건을 꺼내보고, 술집에서 대화를 나눴던 여성에게 이 가방이 자신의 것이냐고 묻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여성이 자신의 가방이 아니라고 답하자 청구인은 누구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 메시지는 이후 삭제됐지만, 청구인이 수사 연락을 받고 해당 여성에게 가방에 관해 묻자 여성이 메시지 내역을 캡처해 보내주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헌재는 청구인이 당시 만취 상태에서 착오로 가방을 가져갔고, 일행과 대화하던 중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가방 안을 살펴본 것으로 보인다며 가방 안을 뒤져봤다는 사실만으로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가방이 타인 소유임을 알게 된 뒤 일행에게 반환을 부탁했지만 일행이 잊고 반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함께 살폈다.
가방을 피해자가 놓고 간 자리에서 들고 가 청구인 옆에 두어 가져가게 한 원인을 제공한 일행에 대해서는 공모와 실행행위 분담, 절취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2025년 9월 23일 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이 점도 판단에 참작했다.
헌재는 수사가 이뤄진 내용만으로는 가방에 대한 청구인의 절취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검찰이 절도죄 성립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 처분에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자료
기사에 쓰인 사실은 아래 원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판결·결정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결정· 헌법재판소· 확인 2026.09.29
- 판결·결정헌재 결정 결과· 헌법재판소· 확인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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