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서면 구형’ 부적절해도 판결 뒤집을 위법은 아니다
피고인 측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서면 제출만으로 판결을 바꿀 절차상 하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기 사건에서 검사가 변론이 끝난 뒤 서면으로 형량 의견을 내는 이른바 ‘서면 구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사정만으로 판결을 바꿀 절차상 하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8일 판단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검사가 내는 사실관계와 법 적용에 관한 의견에는 형량에 관한 최종 의견도 포함된다고 봤다. 통상 구형으로 불리는 이 의견은 검사가 적정하다고 여기는 형량을 법원에 제시하는 변론인 만큼,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구두로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구두변론을 거쳐 판결하고, 법정의 변론도 말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증거조사 뒤 검사의 의견에 이어 피고인과 변호인이 최종 의견을 밝히도록 한 절차 역시 이런 공판 중심 원칙을 실현하고, 피고인 측에 검사의 최종 주장을 다툴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의 이익을 방어할 권리를 가지며, 그 대상에는 유무죄뿐 아니라 형량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사의 최종 의견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재판 막바지에 유무죄와 형량을 놓고 최종 입장을 내는 과정이어서 형량 심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봤다.
다만 검사의 구형은 법원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결론이 아니라 형량에 대한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면 구형이 있었더라도 제출 경위와 시점, 의견의 근거와 내용, 피고인 측의 대응 기회 등을 종합해 공판중심주의가 무력화됐거나 피고인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훼손된 수준인지를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침해가 확인되지 않으면 서면 구형 자체만으로 판결을 좌우할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공판기일 통지나 재판 공개처럼 소송절차가 법령을 어긴 경우라도, 피고인 측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돼 판결의 정당성까지 의심할 수준이 아니면 판결에 영향을 준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런 1심 공판 절차 규정이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심에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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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대법원 대법원 판결· 대법원· 확인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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