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산만으로 상표 불사용 정당화 못해…등록취소 기준 제시
이전등록 전 매수인이 있어도 파산관재인의 상표 사용 가능성을 따져야
대법원은 12일 등록상표 불사용을 이유로 한 등록취소 사건에서, 파산절차가 시작됐다는 사정만으로 상표를 쓰지 못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표권자가 파산한 뒤에도 상표를 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상표법상 상표권자나 사용권자 중 누구도 정당한 사유 없이 취소심판 청구 전 3년 이상 지정상품에 등록상표를 국내에서 쓰지 않으면 등록취소심판 대상이 된다. 취소를 피하려면 청구 전 3년 안에 상표를 사용했거나, 사용하지 못한 외부적이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제도가 실제 사용과 무관하게 등록 요건만 갖추면 상표권을 얻을 수 있는 등록주의의 부작용을 줄이고, 다른 이들의 상표 선택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률 규제나 판매 금지 등으로 일반적인 거래가 막힌 경우처럼 사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불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영업 부진이나 법적 분쟁에 대한 우려처럼 사업자 내부에서 비롯된 사유만으로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표권자나 사용권자가 상표를 쓰지 못한 사유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건의 상표권자는 한 합자회사였다. 이 회사는 회생절차 개시와 폐지, 두 차례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을 거쳐 스스로 파산을 신청했다. 이후 파산재산을 관리하는 파산관재인은 등록상표의 권리를 다른 회사에 팔았지만, 매수 회사는 권리이전 등록을 끝내지 않았다. 그 뒤 매수 회사는 해당 상표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파산선고 뒤 상표권을 포함한 회사 재산은 파산재단에 들어가며, 이를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매수 회사가 이전등록을 끝내지 않은 만큼 상표권자는 여전히 합자회사에 남아 있다고 봤다. 따라서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역시 파산관재인이 상표를 사용하지 못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가려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파산관재인이 법원 허가를 받아 필요한 범위에서 영업을 계속했다면 지정상품에 상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관재인이 허가를 구해 상표 사용을 시도한 정황이나, 이를 막은 다른 불가피한 사유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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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대법원 대법원 판결· 대법원· 확인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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