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년 보관 바지 DNA 감정 유죄 근거 인정에 제동
DNA 검사의 전제가 되는 증거물의 동일성과 보관 과정의 신뢰성을 따지지 않은 채 원심이 무죄 판단을 유죄로 뒤집은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대법원이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A를 강간했다는 사건에서, 바지에서 검출된 DNA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29일 DNA 감정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며 과학적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핵심 증거인 A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한 뒤 원심에는 A가 당시 입었다는 슬랙스 바지와 바지에서 피고인 DNA가 검출됐다는 대검찰청 감정서가 새 증거로 제출됐다.
원심은 A를 추가로 증인신문한 데 이어,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에서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나온 점 등을 토대로 A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감정 결과를 유죄의 근거로 쓰기 전에 바지의 보관·제출 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한다고 봤다. A는 사건 당시부터 수사기관에 바지를 낼 때까지 2년 이상 이를 보관했지만, 보관 중 조작·훼손·첨가 가능성이나 뒤늦은 제출 경위에 관해 수사기관 또는 법정에서 진술한 적이 없었고 관련 심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바지에서는 피고인과 A의 DNA 외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DNA도 다수 검출됐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1심의 사실인정과 증거가치 판단을 바꾸려면, 1심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 그대로 유지하기 현저히 부당한 경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결론에 영향을 줄 객관적 사정이 새로 나타난 때도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적 증거는 전제가 되는 사실이 입증되고 추론 방법도 과학적으로 타당하며 오류 가능성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을 때에만 사실인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전문지식이 있는 감정인이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했는지뿐 아니라 채취·보관·분석 전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과 인위적 조작·훼손·첨가가 없었다는 점도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특히 해당 증거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근거일수록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엄격한 증명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검사는 DNA 감정서의 증명력을 뒷받침할 추가 입증을 했어야 하며, 원심도 이를 토대로 A 진술을 판단하거나 감정서를 빼고도 추가 증거조사 결과만으로 A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살펴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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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대법원 대법원 판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확인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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