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막스플랑크, 금속 촉매 결합 원리 새로 규명…사이언스 게재
백금 표면 원자계단 실험으로 수 나노미터 밖 구조가 결합 세기 바꾼다는 사실 확인

화학제품 생산과 에너지 산업의 핵심인 금속 촉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원리가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독일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금속 촉매 표면에서 분자가 붙은 지점에서 수 나노미터 떨어진 원자 구조도 화학 결합의 세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10월 30일 오전 3시(한국시간) 게재됐다.
금속 촉매 반응은 반응물인 분자가 금속 표면에 달라붙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분자와 금속 사이의 결합 세기가 이후 반응이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되는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결합 원리를 아는 것이 촉매 성능을 예측하고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그동안 학계는 분자가 직접 맞닿는 주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결합을 설명해 왔다. 멀리 떨어진 영역의 전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관찰됐고, 실제 촉매 반응에서는 결합 세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원자들이 층층이 쌓여 계단 모양을 이룬 백금 표면을 활용해 이 통념을 뒤집었다. 계단 사이 간격이 서로 다른 백금 표면을 만들어 암모니아(NH₃), 일산화탄소(CO), 일산화질소(NO) 분자가 금속과 결합하는 세기를 정밀하게 비교했다. 그 결과 분자가 붙는 지점의 구조가 비슷해도 이웃한 계단까지의 거리에 따라 결합 세기가 달라졌다. 결합 에너지 차이는 최대 약 0.2 전자볼트(eV)로 결합 안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이다. 장거리 영향이 나타나는 거리는 분자 종류에 따라 약 4~7나노미터로, 원자 수십 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다.
원인은 금속 내부의 전자 분포에 있다. 특정 원자에 머무르지 않고 넓게 퍼진 전자들이 이른바 '전자 바다'를 이루면서, 분자가 표면에 붙을 때 멀리 떨어진 원자 구조의 영향까지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분자마다 장거리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풀기 위해 화학의 분자 궤도와 물리학의 전자띠 개념을 결합한 '프런티어 오비탈-밴드 모델(Frontier Orbital-Band Model)'을 새로 제시했다. 같은 금속 표면이라도 분자의 전자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전자와 상호작용하며 영향 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플로리안 니츠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 연구원(제1저자)은 "표면 화학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분자를 중심으로 보는 화학과 금속의 전자적 특성을 다루는 물리학의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며 "막스플랑크 연구진의 금속 표면 정밀 측정 기술과 IBS 연구진의 고체물리학적 분석을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보로딘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그룹리더(공동 교신저자)는 촉매 개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오랜 실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화학 반응의 원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가 화학 결합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다 정교한 계산과 효율적인 촉매 설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복잡한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모으는 협력이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자들이 세계적 연구기관과 함께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국제공동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자료
기사에 쓰인 사실은 아래 원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부·공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 보도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확인 2026.10.30
- 정부·공공발표 성격·게재 정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확인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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