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이대수팀, 원자 쌓는 순서만 바꿔 재료에 새 기능…사이언스 게재
금속은 전도성 유지한 채 방향성 저항 구현, 5.1nm 절연막은 누설전류 줄이고 열 감지 성능 100배

같은 원자를 같은 양만큼 쓰면서 쌓는 순서만 바꿔 재료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소재 설계법이 나왔다. 포항공과대학교 이대수·이길호·최시영 교수와 숭실대학교 박세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원자층의 조성 배열을 정밀하게 설계해 금속과 초박막 절연재료에 새 기능을 구현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월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기초연구사업(핵심연구 및 선도연구센터)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기존에는 소재에 새 기능을 더하려면 새로운 원소를 섞거나 원소 비율을 바꾸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료가 원래 갖고 있던 기능이 달라지거나 사라질 수 있었다. 금속은 전기가 잘 흐르는 성질을 유지하면서 원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배열되는 극성을 함께 구현하기가 어려웠고, 초박막 절연재료는 얇아질수록 전기가 쉽게 새어 나가 얇은 두께와 높은 절연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재료의 전자적 성질과 관련된 원자는 그대로 두고, 크기가 다른 특정 원자의 비율을 두께 방향으로 원자층마다 조금씩 바꾸는 '선택적 원자 기울기' 설계법을 개발했다. 색이 서서히 달라지는 그라데이션처럼 두께 방향으로 원자 비율에 차이를 주자 원자들이 한쪽으로 미세하게 치우치며 재료 내부에 극성이 형성됐다. 원자층의 배열 순서를 뒤집으면 극성 방향도 반대로 바뀌었고, 같은 종류와 양의 원자를 균일하게 섞은 재료에서는 이런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이 설계법을 금속 박막에 적용하자 전기가 잘 흐르는 기존 성질을 유지하면서 전류 방향에 따라 저항이 다르게 나타났다. 원자층 배열 순서를 바꾸면 저항 차이의 방향도 반전돼, 제작 단계에서 재료의 전기적 방향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약 5.1나노미터(nm) 두께의 초박막 절연재료에 적용하자 누설전류가 크게 줄었고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특히 온도 변화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성능은 비슷한 두께의 대표적인 비교 박막보다 약 100배 높게 나타났다. 원자층 배열 순서를 뒤집으면 온도 변화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의 방향도 함께 반전됐다.
연구를 총괄한 이대수 교수는 "새로운 원소를 더하지 않고도 원자를 쌓는 순서만 바꿔 재료의 원래 장점은 살리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앞으로 이 방법을 자성체와 초전도체 등 더 다양한 물질로 확장하고 초박막 절연막과 열 센서 등 실제 소자로 구현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을 탐구하는 기초연구가 소재 설계의 새로운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원리를 탐구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초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전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전자소자, 누설전류를 줄인 차세대 반도체용 초박막 절연막,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적외선·열 센서 등의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자료
기사에 쓰인 사실은 아래 원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부·공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 보도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확인 2026.10.02
- 정부·공공보도자료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확인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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