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원자만 골라 바꿔 반도체·절연막 한 박막에 구현…사이언스 게재
적층 공정 대신 선택적 원자 치환…전하 장벽 35.5meV까지 낮춰

쌓아 올리는 대신 원자를 골라 바꾸는 방식으로, 하나의 박막 위에 반도체와 절연막, 준금속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기술이 나왔다.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로 가는 공정의 새 갈래가 열렸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 조문호 단장(포스텍 석학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를 이루는 원자를 선택적으로 치환해 반도체·절연체·준금속 영역을 한 박막에 원하는 층과 위치에 구현하는 '모듈형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0월 16일(금) 오전 3시(KST)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켜고 끄는 스위치로,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와 이를 제어하는 절연막, 전류가 드나드는 금속 전극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런데 2차원 반도체는 표면에서 다른 물질과 잘 결합하지 않아 절연막을 고르게 입히기 어렵고, 금속 전극을 곧바로 붙이면 접촉면이 상하거나 저항이 커져 성능이 떨어진다. 얇은 물질을 한 장씩 옮겨 쌓는 방법도 공정이 복잡해 대량 생산으로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쌓는 대신 원자를 바꾸는 쪽을 택했다. 금속인 텅스텐(W) 원자층을 셀레늄(Se) 원자층이 위아래로 감싼 이셀레늄화텅스텐(WSe₂)에서 중심 텅스텐은 두고 셀레늄만 산소(O)·황(S)·텔루륨(Te)으로 갈아 끼우면 전기적 성질도 따라 달라진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렇게 각각 절연체인 산화텅스텐(WOₓ)과 n형 반도체인 이황화텅스텐(WS₂), 전기가 잘 통하는 준금속 이텔루륨화텅스텐(WTe₂)으로 변환했다.
박막의 층과 층 사이에 있는 미세한 틈이 반응 원자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활용했다. 반응 온도와 반응 기체의 압력을 조절해 화학반응이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것을 제어함으로써 약 0.7나노미터(nm) 두께의 원자층 단위로 물질을 변환했고, 반도체 공정용 마스크를 써서 평면상 원하는 위치만 골라 바꾸는 데에도 성공했다.
성능도 이론적 한계에 바짝 붙었다. 준금속 접합층을 대자 금속 전극에서 반도체로 전하가 건너갈 때 넘어야 하는 에너지 장벽이 35.5밀리전자볼트(meV)까지 내려가, 금속 전극을 직접 붙이는 경우의 약 3분의 1 수준이 됐다. 전류를 10배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게이트 전압 변화량은 61.3밀리볼트로, 상온에서 기존 트랜지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솟값인 약 60밀리볼트에 근접했다. 켜진 상태와 꺼진 상태의 전류 비율 역시 1,000만 배 이상으로 측정돼 적은 전압 변화로도 전류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산화텅스텐 절연막은 전기적 성능을 두께로 환산한 등가산화막두께(EOT)가 1나노미터 미만으로, 국제 반도체 로드맵(IRDS)이 제시한 초미세 소자의 핵심 성능 목표 수준을 달성했다. 연구진은 p형과 n형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아 1볼트(V)의 낮은 전압에서도 신호를 반전시키는 상보형 인버터까지 제작하며, 이 기술이 개별 소자를 넘어 적층형 집적회로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 단장은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 물질 조작이라는 기초 물질과학의 기법을 현대 반도체 기술에 접목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초저전력·초미세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적층형 반도체 소자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연구를 두고 "기초과학 연구가 차세대 국가 전략기술인 반도체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정 패러다임을 제시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고 평가한 뒤 "앞으로도 원천기술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초·원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다양한 2차원 반도체 소재에 적용하고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 공정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3차원 적층형 집적회로 등 차세대 초미세·저전력 반도체 기술로의 응용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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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공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 보도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확인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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